[안전수필] 소방공학도의 자세 - 삶의 의미 발견하기 4부

[안전수필] 소방공학도의 자세 - 삶의 의미 발견하기 4부

 수계소화설비의 세 번째 지혜는 ‘감지 장치’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펌프의 흡입 및 토출, 물이 나가는 힘들의 총 합인 전양정 등 이 두 가지는 ‘힘의 크기’에 관한 내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방향성이 없는 스칼라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방향’ 없는 ‘크기’는 무의미함을 넘어서서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수계소화설비로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 해보자면, 전양정이 충분히 고려된 펌프는 아주 힘차게 물을 뿜어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물이 언제 어디로 나가야할지 모른다면 어떻겠는가? 또한, 물이 나오지 말아야 할 때 나오게 된다면 그 피해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시간과 장소라는 방향성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스프링클러 설비에만 해당될 뿐, 옥내소화전 설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옥내소화전은 사람이 화재 구역 근처에 위치해 있는 소화전을 사용하므로 방향성을 가지고는 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와 같은 수계소화설비는 스스로 판단하여 화재발생시에 정확한 화재 장소에 물이 뿜어져 나와야 하므로 시간과 공간의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설치되어 있는 것이 ‘감지 장치’라는 것이다. 스프링클러 설비는 스프링클러 헤드에 감열부가 직접 연결되있는 경우와 감지기가 따로 설치된 경우가 있다. 두 종류는 모두 열을 감지하고 물을 방출하는 동시에, 계속적인 방수를 위해 그 신호를 제어반에 보내어 가압송수장치를 작동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화재가 발생한 해당 층에만 물이 발사된다. 

 이렇듯이, 감지장치는 작동해야 하는 타이밍과 장소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말한 가압송수장치 펌프(가능성에 대한 도전)의 힘과 전양정(극복해야할 힘의 준비)의 힘, 이 두 가지 힘 역시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감지능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자신의 재능에 대한 가능성과 도전성이 크고, 또한 꿈을 이루는 과정에 존재하는 그 모든 역경들을 극복할 힘이 있다고 해도, 그 힘들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급한 마음에 아무장소에서나 그 힘들을 마구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정작 필요한 긴급상황시에는 물 부족으로 인한 참담한 화재 피해를 입는 꼴이 될것이다. 

 따라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제대로 낚아챌 수 있는 감지능력과, 언제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되있어야만 한다. 모든 수계소화설비가 항상 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상상황시에는 즉각 작동될 수 있도록 설계가 된것만큼은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수계소화설비의 ‘감지 장치’와 같은 이런 준비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본받을 수 있는 것이다.

(5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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