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처럼 새벽의 텅 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
좀 가다가 어떤 정류장에서 어떤 젊은 남성분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단말기에 지갑을 가까이 대니 '삑' 소리가 나는 대신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왔습니다.
그 남성분은 지갑을 이리저리 보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갑에는 만원짜리 한 장밖에 없던 것이었습니다.
기사님은 만원은 받을 수 없다는 말 한마디만 하시고 그냥 출발하셨습니다.
남자분은 일단 제 옆에 앉아서 한 1분 정도를 어쩔줄 몰라 하시더군요.
그 당황스러운 기운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옆에 앉은 저에게까지 느껴졌습니다.
단 돈 천 몇 백원 때문에 사람이 이 새벽에 이런 취급을 당해도 되는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약간 망설이다가 제 지갑을 열고 신용카드를 꺼내 그 남자분께 건냈습니다.
"그냥 찍으세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분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그 분은 잠시 망설이다가 "감사합니다"를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단말기에 삑 찍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기사분은
"다음부터는 잘 충전하고 다니세요"
하시고는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운전을 하셨습니다.
용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출근길 직장인에게 이런 소소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버스를 내리고 나서 깨달은 점 하나..
제가 건낸 신용카드를 그 남성분이 단말기에 찍으셨을 때...
그것은 계산이 되지 않고 그저 환승처리 0원으로 처리됬다는 사실...^^;
(전혀 그것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작은 선의의 행동이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버스기사님은 무임승차가 안됬다고 생각되서 만족할 수 있었고
그 남성분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었고
저는 그 남성분을 도왔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0원의 선행으로 3명이 윈윈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였던 하루였습니다 :)